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동안 남아시아에서 진행된 35개 연구에 대한 정신 건강 메타 분석(meta analysis)은 우울증(34%)과 불안감(41%)이 널리 팽배해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남아시아가 아시아를 대표한다고 생각한다면, 아시아 전체 4억 7천만 인구 중 1억 5천만 이상의 사람들이 현재 우울증 혹은 불안 증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의심의 여지없이, 정신 건강은 아시아 사회가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 중 하나이다.
이 연구는 우울증과 불안 증세 외에 다른 정신 건강 문제를 포함하지 않았다. 팬데믹의 여파, 다가오는 경제적 어려움, 기근, 자연재해, 그리고 지정학적 혹은 시민적 무질서는 높은 자살률과 함께 더 많은 정신 건강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전 세계 연간 전체 자살 건수의 39퍼센트가 동남아시아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세계 보건 기구의 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다. 한편, 2020 WHO Mental Health Atlas에 따르면 10만 명당 정신 건강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 수의 세계 평균치는 13.0명인데 반해, 동남아시아에서는 2.8명에 불과하다(p.61). 실제로 2020년 동남아시아 국가의 정부 지출 중 0.10달러만이 1인당 정신 건강에 사용되었으며, 이는 전 세계 평균치인 7.49달러(p.52)를 크게 밑도는 수치이다.
이런 차이는 아시아에서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매우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시아의 교회는 이 기회를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복음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그 진입로에 들어갈 기회를 놓쳐버릴 것인가?
GLOBAL CLASSROOM
Mental Health and Trauma
People living with mental health needs comprise one of the largest mission fields for the church worldwide.
놀라운 상담자(기묘자)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
‘기묘자’(사 9:6)로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영적 그리고 육적 필요 외에도 정신적인 필요가 있음을 인지하신다. 우리는 영, 육, 그리고 혼으로 만들어졌다. 사실, 영혼을 의미하는 헬라어는 psyche인데, 심리학(psychology)이 이 단어에서 파생되었다. 심리학은 우리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며, 그리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과학이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선포하시는 동안 사람들이 느끼는 필요를 돌보시기 위해 종종 공동체에 방문하셨다. 그분은 아픈 사람을 고치시고 귀신 들린 자를 구하셨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을 상담하기도 하셨다. 기독교적인 의미의 상담은 어떤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를 나누며 그들이 감정적, 정신적 어려움에 대처하고, 더 나은 삶을 살며, 믿음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두 사람 이상의 치료적인 관계를 일컫는다.
예를 들어, 예수님께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는 하루 중 가장 햇볕이 뜨거운 시간에 물을 길으러 나오는 수치심에 빠진 사마리아 여인을 상담하신다(요 4:4-42). 그녀는 현재 남편이 아닌 남자와 동거하고 있으며, 전 남편이 다섯 명이나 있었다는 도덕적이지 못한 삶을 살고 있기에 마을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예수님은 그녀의 수치심으로부터 그녀를 치유하기 위해 기도하지 않으셨고, 그녀에게 수치심을 주는 귀신을 내쫓지도 않으셨다. 내가 여러 번 목격했던, 우울증에 빠진 사람으로부터 우울의 영을 빼내기 위해 기도하는 리더들이 있던 교회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을 상담하셨다.
마찬가지로, 예수님께서는 엠마오로 향하던 절망에 빠진 두 제자를 위해 치유를 위한 기도를 하시거나 악한 슬픔의 영을 내쫓지 않으셨다(눅 24:13-35). 대신, 예수님은 그들과 함께 동행하시며 슬픔 속에서 그들을 상담하셨다.
이미 예수님을 배신한 베드로를 위해서도 예수님은 치유를 위한 기도나 거절의 악한 영을 내쫓는 기도를 하지 않으셨다. 예수님은 그와의 친밀한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식사를 함께하시면서 그를 상담하셨고, 그의 회복을 나타낼 수 있도록 교회를 돌보게 하셨다(요 21:15-17).
이러한 이유로, 그리스도의 하나 된 공동체로서 그분의 양을 서로 돌보든, 공동체에서 복음을 알지 못하는 자에게 복음을 전하든,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영적, 육체적, 심리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어야 한다. 실로 예수님께서는 앞서 언급한 만남을 통해 우리가 사람들의 영적, 육체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어려움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가르치신다.
효과적으로 이를 수행하기 위해, 주님의 몸 된 우리는 기초적인 정신 건강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다. 우리가 정신 건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며 스스로를 준비시킨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지에서 우리 인간의 본성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사람들의 감정적, 정신적 어려움에 대해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 건강을 대하는 아시아 교회의 자세
현재는 아시아 교회 내 정신 건강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해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바 없다. 하지만, 다음의 정보들을 통해 아시아 그리스도인 사이에서 정신 건강 인지의 수준이 낮다는 것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나의 첫 아내는 2005년 뇌동맥류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이로 인해 나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한 주 후, 여전히 내가 낮과 밤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깊은 슬픔에 잠겨있을 때 참석하는 교회의 목사님들이 방문하셨는데, 방문하는 내내 그들은 교회 내 문제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나눴다.
개인적으로 겪었던 나의 어려움을 통해, 나는 많은 교회가 감정적, 정신적인 어려움에 대해 돌보고 지원하는 부분에 있어 확실히 무능하다는 것을 직접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많은 그리스도인이 기본적인 정신 건강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나는 태국에서 열린 로잔 아시아 2022 대회에 참여했다. 사역과 선교의 최전방에 있는 600명 이상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이 대회에 초대받았고, 오늘날 아시아 교회를 위한 하나님의 아젠다(agenda)를 놓고 재고하고 토론하였다. 실망스럽게도, 아시아의 정신 건강을 돌봐야 할 필요를 놓고 행동을 취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는 하나도 마련되지 않았다.
내가 태국에 머무는 동안, 나는 현지 교회 청년 리더에 대한 슬픈 이야기도 들었다. 그녀는 24살 때 큰 우울증을 겪었다. 교회 리더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그들은 그녀를 위해 기도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도움을 주기에는 부족한 그들에게 실망한 나머지, 다른 곳에서 도움을 찾기 위해 그 교회를 떠났다.
위의 이야기는 그리스도의 몸 된 우리에게, 아시아의 배경 속에서 효과적인 기독교 상담 기술에 대한 지식이 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지 그 긴급성에 대해 일깨워준다.
이 글에서 다루는 범위를 제외하고도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교회가 여전히 정신 건강을 그들의 사역 밖의 영역으로 생각한다. 공공연하게, 때로는 다른 일의 양이 많다는 이유로, 많은 교회 지도자가 정신 건강에 관한 문제는 외부 전문가에게 넘긴다.
문제는 우리의 심판들이 외부에서 어떤 결과를 얻을지 확실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전문 상담사는 그리스도인이라고 할지라도 인문학적 가치와 목표만을 가지고 상담할 수도 있다. 실제로 심리학에만 기반을 둔 세속적 상담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정신적 건강함을 얻는 것이지만, 신학과 심리학(기독교적, 목회적, 혹은 성경적 상담 어떤 것으로 불리든) 사이의 접점(interface)에 기반을 둔 상담의 궁극적인 목표는 상담자가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과 밀접하게 관계하며 그리스도와 같은 성품을 지닐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심리적 필요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을 대상으로 사역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게 된다.
정신 건강의 이해도에 관하여 그리스도의 몸 된 우리를 준비시키는 것
목회자와 교회 지도자들이 스스로 성도의 모든 심리적인 필요를 해결할 수는 없다. 사실 이는 평신도와 친구들,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들, 여성과 남성을 포함한 교회의 몸 전체를 필요로 한다. 다른 교회들을 돕는 교회들, 교회와 함께 협력하는 외부 단체들 역시 협력해야 한다.
교회 지도자들이 사역 기술의 일부로 정신 건강에 대한 이해도를 포함할 수 있도록 그리스도의 몸을 돕는 데에는 다섯 가지 방법이 있다.
-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고통과 신음이 있다. 동시에, 세계의 경쟁적인 환경은 많은 사람을 대단히 자기중심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기독교 지도자들이 우리의 교회 안에서 말과 행동으로 돌보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다른 사람의 필요에 대해 긍휼을 베푸시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 된 우리는 교회 안의 성도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한 공동체와 국가의 상처받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목회적인 돌봄을 줄 수 있어야 한다.
- 교회는 매년 이 주제에 대한 성경적 메시지가 교단에서 전해지는 정신 건강 인식 주간을 계획할 수 있으며, 성도들이 정신 건강에 대한 수업에 적어도 한 번은 등록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한다.
- 교회는 정기적으로 기독교 교육 커리큘럼 또는 지역 아웃리치(outreach) 훈련의 일부로 정신 건강에 대한 단기 과정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 외부 기독교 강사들이 초청될 수 있다.
- 큰 교회들은 기독교 상담 부서를 설립하여 성도들, 작은 교회들, 그리도 대중들을 위해 일대일 상담과 지원 부서(슬픔, 술/도박/포르노 중독, 육아 등)를 제공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지도자들은 다양한 기독교 정신 건강 교육 웹사이트, 특히 신학과 심리학이 연결된 교육을 제공하는 웹사이트에서의 온라인 학습을 통해 그리스도의 몸 된 우리가 정신 건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장려할 수 있다. 스스로 정신 건강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자 하는 성도들이 항상 있을 것이다. 그 시작점으로, 기초 학습에 도움이 되는 자료(video)를 추천한다.
정신 건강 지식과 기술로 우리 자신을 준비시키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더 잘 돌볼 수 있게 할 것이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을 더 효과적으로 돌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정서적, 정신적 어려움을 돕는 것은 지역 사회의 사람들의 삶 속에 들어가서 그들을 우리 집단으로 끌어들이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특히 아시아에서 관심이 요구되는 정신 건강에 대한 이해도의 필요성에 교회가 다리를 놓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