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2021년에 나는 ‘사역과 인도주의 활동에 헌신하는 잠비아 여성의 번아웃’이라는 주제로 멤버케어(member care) 분야 석사 논문을 마쳤다.[1] 논문을 쓸 당시 나는 남부 아프리카, 주로 짐바브웨(Zimbabwe), 모잠비크(Mozambique), 앙골라(Angola), 그리고 잠비아(Zambia)에서 27년 동안 선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 지역에서 지역 멤버케어 촉진자로 일하며, 선교 현장에서 여러 여성이 번아웃을 겪는 것을 보았다. 그중 일부는 선교 사역을 그만두게 되었고, 다른 일부는 장기간 선교의 현장을 떠났다. 개인적으로 선교지에서 남성 선교사들에게 이런 경험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나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왜 여성 선교사들에게 번아웃이 더 많이 발생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것이 아프리카 문화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사역 현장에서 여성들의 번아웃을 조사하여 문화가 번아웃의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또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번아웃은 보편적인 현상이고 이에 관한 문헌도 많이 존재하지만, 아프리카에 관한, 특히 교회와 선교 상황에서의 번아웃에 관한 문헌은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번아웃에 관한 아프리카인의 연구[2] 는 매우 부족하며, 베러-콜러(Bährer-Kohler)[3] 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번아웃을 다루는 연구가 시작된 지 이제 막 10년이 되었다. ‘아프리카, 번아웃’이라는 용어를 인터넷에 검색한 결과 6,640건의 번아웃에 관한 아프리카인의 연구가 나왔으며, 이 중 대부분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배경에서 의료 전문가에 초점을 맞추어 다루어졌다. 강력한 서구의 영향권에 있는 남아프리카에서의 연구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다른 아프리카 상황과 관련을 짓는 데 한계가 있다.[4]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 수행된 몇 가지 연구도 대부분 교육 및 의료 종사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번아웃에 관련하여 아프리카와 다른 대륙 사이에 문헌적인 측면에서 분명한 격차가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
본 연구에서 번아웃의 정의는 쇼펠리(Schaufeli)와 그린그라스(Greenglass)가 소개한 정의로 채택했다: ‘정서적으로 힘든 업무 상황 등에 장기간 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탈진 상태.’[5]
잠비아 문화가 번아웃의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고려하며, 이 연구의 주요 질문은 상위 질문과 하위 질문 두 가지로 구성되었다. 상위 질문은 ‘잠비아 문화가 사역 중에 있는 잠비아 여성과 인도주의 활동을 하는 잠비아 여성의 번아웃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였다. 하위 질문은 ‘잠비아 사람들은 번아웃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였다. 이 문화권에서는 번아웃에 대해 어떤 점이 다를까? 문화는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연구[6]는 설문조사와 반정형화(semi-structured) 인터뷰를 통해 데이터를 만들었다. 사역 및 인도주의 업무에 종사하는 여성 6명을 대상으로 한 상황별 반정형화 인터뷰는, 번아웃에 대한 설문지의 일반적인 경향을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 총 80부의 설문지 중 56명이 응답했으며, 그 중 남성이 25%, 여성이 75%였다. 문화적 문제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조사 결과를 검증하는 데 남성의 의견 역시 중요했다.
잠비아 문화가 번아웃에 미치는 영향
계층적 문제
참여자들은 지위뿐만 아니라 권력의 위치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어떻게 방해하는지, 특히 그 의견이 권력자의 의견과 다른 경우에 대해 설명했다. 이는 번아웃을 경험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
대가족 및 공동체 지원
집단주의 문화권에서는 공동체와 대가족이 서로를 돌본다. 그러나 때로는 문화적 패러다임의 변화, 경쟁, 의심, 두려움으로 인해 이러한 자연스러운 지원 시스템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대가족과 공동체의 지원이 번아웃을 경험하는데 긍정적으로, 부정적으로, 또는 양방향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어떤 경우에는 대가족의 기대가 개인에게 부담을 주기도 했다. 인터뷰와 설문조사 결과 모두 집단주의 문화에 기반한 공동체와 대가족의 지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영적인 차원에서의 번아웃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인터뷰 참여자들은 번아웃을 경험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삶의 영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이러한 영향에는 문제를 이해하는 것부터 회복을 돕는 데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응답자들은 기독교 단체인 일부 조직에서조차도 번아웃에 대한 도움과 지원을 쉽게 받을 수 없다고 느꼈다. 따라서, 인터뷰 대상자들이 단체 밖에서도 개인 차원의 영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체면 관리
특별히 물어보지 않아도 특정 체면을 유지하려는 행동이 인터뷰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에너지, 의욕, 기쁨이 고갈된 상황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계속해야만 하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러한 결과는 잠비아인들의 문화인 ‘명예-수치’의 측면을 반영한다.[7] 사람들은 문화적 기대에 동의하고 이를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한다. 이는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거나 제공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포괄적인 주제
데이터를 통해 드러난 세 가지 주요한 주제가 있다:
번아웃의 본질
잠비아에서는 번아웃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높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서구적 맥락에서와 같이 설명되거나 표현되지 않을 수 있다. 마슬라흐의 번아웃 요소인 — 정서적 피로, 비인격화, 개인적 성취감 부족 —과 관련한 연구 결과, 번아웃 현상은 대부분 정서적 피로와 개인적 성취가 부족으로 특징지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객에 대한 부정적이거나 부적절한 태도, 짜증, 이상주의 상실, 자포자기 등으로 설명되는 비인격화나 냉소주의와는 비교되는 부분이다.[10] 이는 잠비아의 공동체 지향적 문화와 인터뷰 참여자들이 체면을 지키기 위해 ‘친절해야’하고 ‘체면을 유지해야’ 한다고 느끼는 명예-수치 성향을 형성하는 데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화의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
일부 인터뷰와 설문조사에서 대가족 및 공동체의 지원이 번아웃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역시 결국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부정적인 영향이 긍정적인 영향보다 더 크게 평가됐다.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대가족과 공동체의 압력, 기대, 이해 부족이 스트레스를 만들고 번아웃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특히 이러한 맥락에서 번아웃에 개입되는 부분을 조사할 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권력의 거리(사람들이 서로 위계적 관계를 맺는 방식) 측면에서 볼 때 가족, 문화, 사회적 기대도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연구로부터 ‘여성의 자리’(가정 내 역할과 책임의 분배)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명예-수치 문화와 잘 어울리는 여성의 역할,[11] 에는 부엌일, 집안일, 자녀 돌보기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는 가정 밖에서 일하거나 사역을 감당해야 하는 여성들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문제는 아프리카나 잠비아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지만, 잠비아 여성들에게 만연한 번아웃 증상을 줄이기 위해 다뤄져야 할 문제이다.
회복으로 향하는 길
영성은 회복을 위한 가장 큰 요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번아웃이 신체적, 영적, 정서적, 정신적 등 사람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만, ‘마스터 케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12] 인터뷰 참가자들은 번아웃 상태에 놓여있었지만, 하나님과 중요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하나님과 영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번아웃의 상황을 이해하고, 치유 과정을 시작하며, 궁극적으로 회복의 길을 찾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경계 구축을 통한 자기 관리도 회복으로 향하는 강력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 인터뷰 데이터를 통해 나타났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가족과 문화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경계를 설정하는 데 대한 자신의 책임을 깨닫게 되면서 회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었다.
시사점 및 권고 사항
잠비아의 사역 현장에서 번아웃을 다루는 일반적인 멤버케어와 번아웃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요인을 구체적으로 고려한 멤버케어 대응이 필요하다. 문화가 기독교 사역에서 남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는 유사한 연구를 통해 성별에 따른 차이를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비교를 통해 앞서 언급한 문화적 범주가 잠비아 남성의 번아웃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수 있고, 이는 전체 멤버케어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멤버케어의 제공자를 계층 구조에서 더 높은 위치에 배치시켜 멤버케어를 총괄적인 관리의 일부로 두는 것이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다. 둘째, 조직 구조에 정기적인 휴식 기간을 도입하면 직원들이 죄책감을 느끼거나 스스로 방종하고 있다는 느낌 없이 휴식이나 휴가를 보낼 수 있어 집단주의적 문화 측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셋째, 일터나 단체에서 번아웃에 관한 워크숍이나 세미나와 같은 교육 기회를 제공함을 통해 잠비아 내 번아웃의 확산, 번아웃에 대한 문화의 영향, 문화적 영향으로 인해 번아웃에 취약한 잠비아 여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논문 작성 이후 잠비아에서 번아웃에 대한 인식 및 예방을 위한 주목할 가치가 있는 여러 프로젝트가 개발되었다.
결론
이 연구는 번아웃 연구의 일부, 특히 문화와 관련된 부분을 메우기 시작한 중요한 단계이다. 이 연구를 통해 우리는 기독교 사역과 인도주의 단체가 직원과 직원들의 번아웃에 대한 문화적 영향을 고려하여, 문화적으로 적절하게 번아웃에 대한 개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Endnotes
- Anisa Moosa, ‘Burnout in Zambian Women in Ministry and Humanitarian Work’ (MA Member Care diss., Redcliff College, 2021).
- Sabine Bährer-Kohler, ed. Burnout for Experts: Prevention in the Context of Living and Working (New York, NY: Springer 2013), 20-21.
- V.C. Thorsen et al., ‘High rates of burnout among maternal health staff at a referral hospital in Malawi: A cross-sectional study,’ BMC Nursing, 10, no. 9, (2011) 2-7, https://bmcnurs.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1472-6955-10-9.3. Sabine Bährer-Kohler, ed. Burnout for Experts, 20.
- Colin J. Bundy et al., ‘South Africa,’ Britannica, accessed 14 January 2020, https://www.britannica.com/place/South-Africa.
- Wilmar B. Schaufeli and Ester R. Greenglass, ‘Introduction to Special Issue on Burnout and Health,’ Psychology and Health 16 (2001), 501-510, DOI: 10.1080/08870440108405523.
- John Creswell, Research Design: Qualitative, Quantitative and Mixed Methods Approaches, 3rd Edition (Thousand Oaks: Sage, 2009), 213.
- Jason Georges and Mark D. Baker, Ministering in Honor-Shame Cultures: Biblical Foundations and Practical Essentials (Downers Grove: IVP Academic, 2016).
- Some unique expressions from interviewees regarding the nature of burnout: ‘I wished the earth would stop, so I could jump off, then catch up later,’ ‘You lose the flavour of life. It’s like eating flat food that’s not salted,’ ‘It can feel like you’re getting buried alive,’ ‘I would feel like I had malaria even when it was not malaria,’ ‘I felt like that wasn’t my body. It wasn’t me,’ and ‘losing sight of one’s identity and purpose.’
- Christina Maslach and Michael Leiter, ‘Understanding the burnout experience: recent research and implications for psychiatry,’ World Psychiatry 15, no. 2, (June 2016): 103,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epdf/10.1002/wps.20311.
- Christina Maslach, Michael P. Leiter and Wilmar Schaufeli, ‘Measuring Burnout,’ accessed 20 December 2023, https://www.wilmarschaufeli.nl/publications/Schaufeli/298.pdf.
- Scott D. Taylor, ‘Culture and Customs of Zambia,’ (Westport, Connecticut: Greenwood Press 2006), 94-95.
- Brenda Bosch, Thriving in Difficult Places: Member Care for Yourself and Others, Volume 1, Chp.2 (Pretoria, South Africa: Group7),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