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이란 무엇인가?
20년 동안 무슬림권에서 사역하고 그곳의 동료 선교사들과 교류하면서 나는 선교사들이 어떤 식으로 수치심을 경험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수치심에 대해서 그리고 선교사들이 수치심을 어떻게 경험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선교사들이 그것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도구를 제공한다.
수치심은 자신이나 집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데서 흔히 나타나는 보편적인 감정이다.[1] 수치심은 모든 문화와 집단에 존재하지만, 개인의 문화, 성별, 연령, 종교, 역할, 성격 유형 등 사회적 규범과 문화적 가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2] 수치심은 사람으로 하여금 결함이 있고, 무가치하며, 실패한 것처럼 느끼게 만들 수 있다.[3]
수치심은 18개월 정도의 어린 아기의 나이 때부터 시작하여 평생 경험될 수 있다. 우리가 수치심을 느꼈을 때와 유사한 경험을 할 때 촉발되는 신경 발화 패턴이 발달하여 수치심이 주기적으로 나타난다.[4] 수치심은 사람의 두뇌에 싸움, 도피 또는 정지 모드로 들어가라는 신호를 보내며 이런 순간에 합리적으로 생각하기 어렵게 만든다.[5] 수치심을 경험하면 시선을 돌리거나, 얼굴이 붉어지거나, 어깨가 처지고, 땀을 흘리는 등의 신체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6] 수치심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에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숨거나 도피하는 것이 포함되며, 이는 관계를 위태롭게 하고 그룹 내 개인의 기여와 참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7]
신학에 나타난 수치심의 뿌리
선교사들의 삶에서 수치심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신학에서 수치심의 뿌리를 탐구하는 것이 중요했다. 수치심은 창세기 3장 6-8절에 기록된 성경에서 최초로 경험된 감정이었다.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께서 먹지 말라고 하신 선악과를 먹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 결과 그들은 자신들이 벌거벗었음을 깨닫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아담과 하와는 죄를 지은 후에 수치심을 느꼈지만, 그들이 수치심을 느낀 것은 그들의 죄가 아니라 그들의 취약한 노출이었다. 다른 사람이 볼 수 있게 그들이 노출되고, 하나님 그리고 서로 간의 연결이 위협받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수치심을 느꼈다.
성경의 이야기에서 아담과 하와의 관계는 수치심으로 인해 타락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도 타락했다.[8] 흥미롭게도 아담과 하와의 수치심에 대한 하나님의 반응은 ‘네가 어디 있느냐?’[9]라고 하시면서 숨어 있던 그들을 찾으신 것이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들의 수치스러운 노출을 가리기 위해 동물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주셨다. 부끄러움 속에서 있던 아담과 하와를 향해 나아가시는 하나님의 모습은 인류가 수치심을 경험할 때 하나님께서 지속적으로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수치를 극복하셨다. 알렌더(Allender)와 롱맨(Longman)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의 수치를 기꺼이 인내하셨으나 그것을 경멸하셨다. 즉, 수치를 수치스럽게 하셨다.’[10] 수치심을 경험하는 인류를 향해 나아가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보여주심으로 인해 하나님은 사람들이 자신의 부끄러움을 하나님께 가져오도록 초대하신다.
수치심에 대한 적응적(adaptive)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수치심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수치심의 적응적 측면에 대한 가장 강력한 주장은 수치심이 도덕적 가치, 사회적 규칙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행동 변화를 돕고 사람들이 죄를 회개하고 하나님께로 인도한다는 것이다.[11]
수치심의 부정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목록은 매우 길다. 여기에는 사회적 관계 붕괴, 관계에 대한 두려움, 분노 반응, 낮은 자존감, 공감 능력 감소, 자살, 자해, 우울감, 경계성 인격 장애, 사회 공포증, 약물 남용, 중독성 행동 및 섭식 장애 등이 포함된다. 수치심의 또 다른 부정적인 측면은 하나님이 멀리 계시고 다른 사람들만큼 자신을 인정하거나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선교사에게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잠재적 요인
선교사들이 다양한 문화와 그룹의 기대와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다루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치심을 유발하는 요인이 많이 있을 수 있다.[12] 내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언어학습;
- 후원금 모금;
- 팀이나 파송 조직의 사역적 기대;
- 트라우마 경험;
- 추행 또는 괴롭힘을 당함;
- 위험에 대한 대응;
- 사역과 가정에서의 여성의 역할;
- 독신;
- 무자녀;
- 물질적 소유의 정도 (선교지 문화 보다 많거나 본국 문화보다 적음);
- 탈진;
- 자신의 믿음에 대해 의심하거나 어려움을 경험;
- 새로운 나라에서의 생활 적응;
- 휴식 혹은 휴가 때 돈을 지출하는 것.;
- 가족을 떠나거나 연로한 부모를 본국에 남겨두는 것;
- 모든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
- 선교지 문화, 본국 문화, 섬기는 국가의 외국인 문화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의 기대치;
- 사역지를 떠나는 것.
선교사들이 경험한 수치심
수치심에 대한 이러한 깊은 이해는 내가 무슬림권에서 선교사로 살아온 경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내가 사역했던 나라는 정치적 불안정, 남성 중심 사회, 엄격한 종교법으로 인해 매우 어려운 선교지였다. 이러한 환경에서 섬기는 여성 선교사로서 내가 속한 조직, 외국인 공동체, 나를 파송한 교회, 선교지 문화, 나 자신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수치심에 대해 더 많이 깨닫게 되면서 아마도 수치심을 경험하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닐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나는 수치심의 부정적인 측면이 선교사들에게 해를 끼치고, 하나님과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을 방해하고, 궁극적으로 사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 주제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나는 여성 선교사들이 수치심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나와 같은 나라에서 섬긴 여성 선교사들을 초대하여 두 개의 포커스 그룹으로 나눈 뒤 수치심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그 내용은 나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포커스 그룹의 토의 결과는 모든 사람이 수치심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포함하여 수치심 관련의 연구 조사 결과와 일치했다. 내가 여성들에게 수치심에 대한 경험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그들은 앞서 언급된 정의보다 훨씬 더 강한 언어로 설명했다. 수치심이 극도로 고통스럽고, 고립되고, 위축되고, 영혼을 고문하고, 감옥과 같다고 표혔했다. 또한, 수치의 감정을 불러일으킨 경험을 공유해 달라는 요청했을 때, 위에 나열된 선교사들에게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많은 잠재적 요인이 언급되었다. 데이터는 관계, 괴롭힘, 문화적 가치, 평판, 언어 학습 및 전환을 포함하는 5가지 주요 주제로 기록되었다.
또한 자살 충동, 울음, 좌절, 분노, 자책, 자기 비난, 당혹감, 고립감, 언급 회피, 숨기려 함, 역할을 포기하고 싶음, 더 열심히 노력하기 등 수치심의 부정적인 측면이 많이 언급되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발견은 여성들이 자신의 수치심에 대한 경험을 대단히 의지적으로 공유했다는 것이었다. 여성 선교사들이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다른 여성들도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들이 경험을 나누면서 자신이 스스로 보지 못한 수치심에 대한 반응을 보게 되었고 그 가운에 서로가 유익을 얻게 되었다.
수치심은 다뤄져야 한다
연구 결과와 포커스 그룹을 모두 고려해 볼 때, 선교사들이 사역과 삶 전반에 걸쳐 잠재적인 수치심을 유발하는 요인을 계속해서 경험하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수치심은 아담과 하와 이래로 존재해 왔으며 주님께서 재림하실 때까지 필연적으로 존재할 것이다. 커트 톰슨(Curt Thompson)은 수치심은 ‘악이 우리와 하나님, 그리고 서로의 관계를 타락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정서적 무기’[13]라고 설명한다. 해결되지 않은 수치심은 선교사와 하나님 그리고 선교사 간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중독 및 자해와 같은 다른 대처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선교사들은 수치심을 인식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야 한다. 그들은 또한 수치심을 느낄 때 이를 대처하고, 사역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을 예방하고, 하나님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건전한 전략이 필요하다.
수치심에 대처하기 위한 제안
수치심은 자신을 평가하는 방식이나 다른 사람이 자신을 평가한다고 믿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가족, 지역 사회, 사회 및 문화적 환경에서 받은 메시지는 뇌가 수치스러운 것으로 인코딩하는 유형으로 분류되어 전달된다. 뇌에 형성된 이러한 경로는 재교육을 받지 않는 한 평생 동일한 방식으로 계속 작동한다. 그러므로 삶의 수치심을 적절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이전에 형성된 경로를 재교육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내 연구의 결론은 수치심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선교사들은 성경의 렌즈와 하나님께서 그들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통해 자신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이먼 코젠스(Simon Cozens)는 ‘우리는 창조주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14] 우리 자신이나 그룹으로부터 검증을 받고자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설명한다.
첫째, 선교사들은 그들의 삶 속에서 수치심이라는 감정을 자각해야 한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신체에서 수치심을 경험하는 방식을 인식하고, 성격이 수치심을 경험하는 데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포함하여 종종 수치심을 유발하는 경험을 이해하고, 일반적으로 수치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알게 될 때 선교사는 수치심을 빠르게 인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수치심을 인식하는 것은 첫 번째 단계일 뿐이다. 둘째, 선교사들은 수치심을 경험할 때 하나님과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어떤 존재로 만드셨는지 이해하는 것과 같이 수치심을 극복할 수 있는 도구를 갖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선교사들은 그들이 참여하는 각 문화 안에서 수치심의 메시지를 인식하고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사역 팀 안에서 그리고 사역하는 문화 안에서 수치심을 어떻게 경험하게 되는지에 대해 팀이 모여 대화를 나누면 특히 도움이 될 것이다.
수치심 인식 도구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선교사들을 지도하기 위해 나는 연구의 정점으로 ‘수치심 인식 도구’를 만들었다. 이 도구는 선교사들이 삶 가운데 경험하는 수치심을 인식하고 수치심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별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선교사들은 수치심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이 섬기는 지역 문화권의 사람들이 수치심에 대처하도록 도울 수 있게 된다. 선교사들이 수치심을 인식하고 건전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은 선교사 뿐만 아니라 그들이 섬기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End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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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rt Thompson, The Soul of Shame: Retelling the Stories We Believe About Ourselves (Downers Grove, IL:IVP Books, 2015), 13.
- Cozens, Looking Shame in the Eye, 58.15. The ‘Shame Awareness Tool’ will prompt you to think about how you have experienced shame so that you will be equipped to recognize it when you experience it in the future. There is also a section to reflect on what God says about you and who he has created you to be, which will be helpful to understand so you can remember his voice when you hear the shaming messages from yourself or others. The ‘Shame Awareness Tool’ will also help you to think about action steps you will take when you are experiencing shame. For questions about or to receive the ‘Shame Awareness Tool’ and other helpful resources to cope with shame, contact the author at faithstephens8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