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지금 읽고 있는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가?’

성경에 충실한 복음주의 해석학을 향하여

28 6월 2024

Editor's Note

이 글은 Grace Al-Zoughbi, Steven Chang, Jacob Cherian, Chun Kwang Chung, Jessy Jaison, Leulseged Philemon, Danillo Augusto Santos, Kevin J. Vanhoozer, Kazuhiko Yamazaki-Ransom이 저술한 로잔 주제연구 보고서(Lausanne Occasional Paper, LOP) 74번의 요약본입니다. 보고서의 전체 내용은 여기에서 확인하세요.

성경의 다양성에서 통일성을 찾는 것은 성경 해석의 오랜 이슈이다. 다양한 저자, 장르 그리고 관점을 가진 문학 작품이 어떻게 뚜렷한 통일성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복음주의자들은 하나님이 영감으로써 성경의 본질이 통일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중요한 주제나 스토리라인에 기초한 적절한 성경신학적 관점, 즉 적절하게 ‘신학적인’ 해석이 다양성을 통합하므로 성경이 하나의 목소리로 말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더 어려운 이슈는 ‘다양성 가운데 일치’(unity in diversity)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복음주의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이질화되며 점점 더 다양한 성경 읽기가 호응을 얻고 있다. 해석이 다양해짐에 따라 신실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성경 읽기가 여전히 ‘복음주의적’인가? 글로벌 복음주의 공동체로서 우리는 복음주의적 성경 읽기의 다양성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복음주의적 성격을 의심하지 않으면서도 오늘날 글로벌 복음주의를 반영하는 상황적 다양성을 허용하는 성경 해석학이 있는가? 그리고 그러한 ‘복음주의적 해석학’은 신뢰할 만하거나 심지어 가능한가?

복음주의자들은 성경의 본질이 성경을 읽는 방식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성경은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인간 저자를 넘어서는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 복음주의적 성경 읽기는 성경에서 구속주로서의 하나님의 본성과 인류를 위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계시하는 그 음성을 분별하고자 한다. 그러나 성경이 다양한 인간 저자의 모음집이라는 성경의 다양한 특성도 성경을 읽는 방식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한편, 우리는 하나님께서 성경을 기록할 때 허락하신 다양성을 고려해야 하며, 오늘날 복음주의에서 독자와 성경 읽기의 다양성도 마찬가지로 존중해야 한다. 다른 한편, 우리는 성경이 저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어떻게 통합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우리 자신의 다양한 관점에도 동일한 통일성 탐구를 적용하기 시작해야 한다. 말하자면, 성경 자체의 다양하면서도 통일된 특성이 복음주의적 성경 읽기에 정보를 제공하고 안내 지침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글의 목표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복음주의적 성경 독자로서 일치를 주의 깊게 모색하고, 특히 로잔운동에 의해 구현된 복음주의 전통에 충실한 복음주의적 성경 해석학의 특징을 제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해석학적 신실성을 지역적 상황과 성경 읽기의 다양성에 어떻게 적용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복음주의 교회가 신실한 성경 읽기 문화를 어떻게 조성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계 복음주의의 다양성은 문제라기보다 오히려 강점이다. 다양성의 힘은 사도행전 2장에 나타난 ‘천하 각국에서 온'(행 2:5) 유대인들이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베드로의 성경 읽기를 한마음으로 받아들인 오순절의 연합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 결과 성경을 읽는 것을 포함하여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게'(행 2:44) 되었다는 것이다. 성령의 조명을 받은 독자들의 다양한 상황은 성경에 담긴 하나님의 진리를 더 깊이 이해하는 새로운 통찰력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독자의 상황과 성령의 역사를 고려하는 순간, 해석학적 공동체가 시야에 들어온다. ‘성경을 이해하는 과업은 개인에게만 속한 것이 아니라 현대적이고 역사적인 교제로 간주되는 전 기독교 공동체에 속한다.’ 같은 성령의 도움으로 전체 (보편적) 교회는 성경을 읽고, 믿고, 생활한다. 같은 성령의 도움으로 전체 (보편적) 교회는 성경을 읽고, 믿고, 살아낸다. 따라서 성경을 충실히 읽는 중심은 모든 장소와 모든 시대에 속한 성도들의 보편적 친교(universal communion)로써 교회이다. 모든 보편적 다양성을 지닌 교회는 성경의 핵심인 복음 메시지를 충실히 읽고, 믿으며, 살아내면서 복음적 일치를 선언하고 보여주어야 할 사명이 있다.

하지만 우리 복음주의자들이 공통의 신앙고백 문서나 교회 권위 구조를 공유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양성 속에서 일치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케빈 밴후저(Kevin Vanhoozer)는 ‘복음주의’를 정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집합 유형을 찾기 위해 항해학(nautical world)에서 유래한 또 다른 유비(analogy)인 ‘닻 세트'(anchored set)를 제안한다. 이 집합에서 닻은 바다 밑바닥에 고정되어 있고, 배는 파도에 이리저리 움직이지만 연결된 체인과 닻에 의해 제멋대로 표류하지 못한다. 닻을 내린다(anchored-set)는 복음주의 해석학의 관점에서 성경(또는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은 바닥에 고정된 닻이며, 배는 파도와 조류에 따라 바다 위를 떠다니는 교회이다. (교리의) 바람과 파도(엡 4:14)가 배를 바다가 원하는 곳으로 움직일 때, 닻과 체인은 배를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고정한다. 동시에, 배는 바다 밑바닥에 내린 닻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으면서도 해류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이며 상황의 다양성을 표현한다. 신실한 복음주의적 해석학은 교회가 역사적으로 신앙과 삶과 선교를 위해 성경을 읽어온 방식과의 연속성을 유지한다. 따라서 닻 세트 유비는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하고(정경적 감각), 과거와 현재의 보편적 교회와 연결되며(보편적 감수성), 모든 장소의 지역 문화에 관여하는(상황적 감수성) 복음주의적 해석학을 유지한다. 교회라는 그릇은 조류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이면서도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닻과 연결된 전통의 체인에 의해 표류하지 않도록 유지되어야 한다. 이 글은 닻 세트 유비를 사용하여 정경적 감각, 보편적 감성, 그리고 상황적 감수성을 설명하는 신실한 복음주의적 해석학을 제안한다. 특히 이 글은 로잔운동과 관련하여 성경이 무엇이며 무엇을 위한 것인지 확증함으로써 정경적 감각으로 출발한다. 

섹션(1)은 성경이 복음의 시민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영감을 받은 인간과 신의 담론임을 확증하고(1.1), 사도행전의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누가의 신학을 사용하여 복음주의적 성경 신학을 검토한다(1.2). 섹션(2)는 성경의 닻이 해저라고 할 수 있는 역사적, 문학적 맥락에 놓여 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고 신실한 복음주의적 해석학을 위해 상황적 성경 읽기가 중요한 이유를 살펴보고 성경 해석에서 성경의 역사적(2.1), 문학적(2.2) 그리고 정경적(2.3) 맥락의 중요성에 관해 성찰한다.

정경적 의미에서 가톨릭적 감성으로 넘어가서, 섹션(3)은 우리의 성경 해석학에서 복음주의적이 라는 의미를 다룬다. 복음주의적으로 성경을 읽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배가 닻에 단단히 묶여 오해와 불신으로 위험하게 표류하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복음주의적 해석학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며(3.1), 이는 성경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성경을 읽고 복종하며 살아내는 방식에도 함의를 갖는다. 전 세계 복음주의자들은 성경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계시하고 선포하며, 사람들이 그 복음을 만나고 복종할 때 변화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또한, 복음주의자들은 성경이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되었을 뿐만 아니라 성령의 조명에 의해 해석됨을 인정한다(3.2). 해석 과정에서 이 조명은 성령의 전인 보편 교회의 일부로써 내적 인도와 분별력이며,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살고 증거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 섹션은 충실한 복음주의 해석학에서 전통의 중요한 역할에 대한 성찰로 마무리된다(3.3). 복음주의적 성경 읽기는 사도적 교회로 거슬러 올라가는 성경 해석의 위대한 전통(Great Tradition)의 일부라는 인식과 함께 교회의 더 큰 역사 속에 위치해야 한다. 이러한 교회적 관점(보편적 감성)은 오늘날의 복음주의 교회를 성경과 연결하는 고리가 될 뿐 아니라, 전 세계 복음주의자들이 각자의 상황에서 성경을 읽을 때, 상황적 감수성에서 불가피한 다양성을 하나로 묶는 합의의 토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섹션(4)는 상황적 민감성과 다양한 상황에서 복음주의 교회를 위한 성경 ‘읽기 문화'(reading culture)를 개발하는 목표에 초점을 맞춘다. 신실한 복음주의적 해석학을 제안하는 것은, 복음의 ‘지역 해석학적 문화'(local hermeneutical culture)를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이 중요한 섹션은 상황적 해석학의 통일성과 다양성을 새롭게 살펴보고(4.1), 복음주의적 성경 읽기 문화가 선교적으로 연관되려면 어떻게 상황적 다양성과 문화적 사각지대를 고려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 다음, 이 섹션은 현지 성경 읽기 문화의 두 가지 예를 살펴본다. 첫 번째 예는 신학적 깊이와 충실성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상황적 다양성을 포용하는 다원적 환경에서 ‘협력적 읽기'(4.2)를 제시하여 교회의 선교적 증거를 중심으로 전면에 내세운다. 두 번째 예는 불건전한 해석학이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4.3)에서 더욱 견고한 성경 읽기 문화를 호소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실한 복음주의 해석학은 하나님과 타자에 대한 언약적 사랑으로 특징지어지는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과 그리스도와 그의 주되심으로 지속하여 인도하는 정체성을 바르게 권면한다.

복음주의자들은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하며, 어떻게 성경을 읽는 것이 정말 중요한가? 이 글에서 우리는 글로벌 복음주의자로서 어떻게 성경을 충실하게 읽을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닻 세트의 유비를 제시한다. 성경을 잘 읽는 것은, 복음주의자로서 우리의 정체성과 선교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신실함이 목표라고 제안한다. 우리는 성경(닻), 우리의 전통(체인), 우리의 상황(배)을 이해하는 방식에서 신실함이 분명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하나님과 교회의 형제자매, 그리고 세상의 이웃을 향한 더 넓은 신실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점에서 신실함은 우리의 복음주의 해석학이 세상에 대한 우리의 증거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해석학적 신실함이란 어떤 모습인가? 첫째, 우리는 우리의 해석학이 성경에서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에 충실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따라서 신실함은 정경적 의미, 즉 하나님의 권위 있는 말씀으로서 성경의 복음주의적 교리에 대한 확언에서 출발한다. 역사적, 문학적 그리고 정경적 해저에 담긴 하나님 말씀의 닻은 삼위일체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 계획을 드러내기 위해 여전히 세상을 향해 강력하게 말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고 효과적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해석학적 신실함은 이러한 성경의 본질을 인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교회로서의 예배와 제자도에서 성경의 권위와 메시지에 복종하는 것이다.

둘째, 우리는 우리의 해석학이 교회의 형제자매들에게 충실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따라서 신실함은 보편적 감성, 즉 모든 성도의 친교와 함께 성경을 읽는 정경적 감각을 바탕으로 한다. 한편, 보편적 감성은 우리의 해석학에 보편적 범위를 부여한다. 모든 다양성을 지닌 지역 교회는 보편적인 고백 교회의 일부이므로 성경을 읽을 때 그 일치를 존중해야 한다. 지역 교회의 독자들은 성경을 고립적으로 해석할 수 없으며, 어떤 지역 해석이 최종적인 말과 권위를 갖는다고 주장할 수도 없다. 반면 보편적 감성은 우리의 해석학을 전통의 사슬, 즉 과거 교회의 성경 해석을 통해 성경의 닻과 연결한다. 신앙과 실천과 선교를 위해 성경을 읽었던 과거 고백 교회의 선배들은 우리의 해석학에 정보를 제공하고 근거를 제공한다. 우리는 성령의 능력 안에서 성경을 바르게 읽음으로써 복음의 좋은 소식을 받아들이고 전달하는 사슬의 일부이다. 복음주의자들은 신실함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우리의 성경 해석을 위대한 전통에 다시 연결해야 한다.

셋째, 우리는 우리의 해석학이 세상의 이웃에 대한 증인으로서 그들에게 신실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따라서 신실함은 정경 감각과 보편적 감성을 바탕으로 상황적 민감성, 즉 지역적 상황에서 관련성과 제자도를 위한 성경 읽기에 기반해야 한다. 한편, 상황적 민감성은 모든 문화가 성경에 담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진리를 새롭게 만나야 하며, 이 복음이 지역 문화의 파도 가운데 배 위에서 읽히고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신실함이 지역 교회의 상황에서 상황화된 성경 읽기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제시한다. 따라서 성경에 담긴 복음의 메시지가 보편적이라는 확신이 있더라도, 성령이 주도하는 상황화는 필요하고 바람직한 것이다. 반면에 상황적 민감성은 불변하는 성경의 닻을 당연시하며, 모든 성경은 떠 있는 배에 탄 사람들에 의해 해석되어야 하지만, 바람과 파도의 상황으로 인해 성경에 담긴 복음의 본질적인 메시지가 왜곡되거나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다시 말해, 지나친 상황화(over-contextualization)와 오로지 상황에만 의존하여 의미를 파악하는 것의 위험성을 견제하고 극복해야 한다. 따라서 상황적 다양성은 신실한 복음주의 해석학에서 전심으로 환영받으며 신중하게 평가된다. 

그렇다면 우리 복음주의자들은 우리가 읽고 있는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가? 이 로잔 문서에서, 복음주의적으로 성경을 읽는 독자와 신학자로 구성된 국제팀은 사도행전 8장에 나오는 빌립의 사역처럼  성령의 인도를 받아 세계 복음주의 교회의 형제자매들이 성경을 충실히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노력했다. 우리는 이 과제를 홀로 하지 않고 성령께서 인도하시는 통찰력과 현지의 신앙 경험 그리고 세계 복음주의 교회의 관점을 나누고 교제의 축복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아마도 우리 교제의 힘은 우리의 집단적 변화와 세상에서의 증거를 위해 다양하면서도 통일된 성경 읽기로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복음주의 교회의 세계적 운동으로써 함께 성경을 읽는 것은, 성경에 대한 유일하고 신실하며 신뢰할 수 있는 복음주의 해석학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교회는 참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드러낼 것이다.